일상메모
바라는 것들.
아얌치치
2015. 7. 12. 01:06
ㅡ 헷갈려했던 주인공이름들을 빼놓지 않고 외웠다. 자주 나오지 않는 등장인물 이름까지 외워서 매일 보일때마다 나를 방으로 끌고와서 이름을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음.
ㅡ 하루가 다르게 말이 입에 붙는게 느껴진다. 선명해지는 발음, 먹어. 가자. 때찌. 안돼. 같은 말들도 많이 늘고.
가장많이 하는 말은, 뭐지? 와 빨리빨리...이건 내가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함. 사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부쩍 말안듣기 시작하면서 딴 짓하느라 걷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내가 빨리빨리~~어? 이햐 이게 뭐지? 개미인가? 우와? 빨리와봐. 이리와라. 이렇게 많이 했었는데 이 말을 배워서 모션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음..
본인이 자기 싫은 밤이나 놀고 싶은 장소로 나를 유인할 때 뭐~~지? 엄마 빠이,빠리~~하며 나를 재촉하며 손으로 이리 오라고 함. 나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 처음 이걸 깨달았을 땐 당황스러웠음.
나는 좀 여유있고, 걸음이 느린 아이를 재촉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빨리빨리를 가르치고, 오바하며 아무것도 없는데 뭐지? 라고 낚시를 하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좀 슬펐음.
ㅡ 국립과학관 재방문중.
더워서 아이스크림이나 주스를 사주고는 10초만에 후회한다. 조금이라도 목적지에 가는동안 말썽을 줄이기 위해 입에 뭐라도 넣어주는 건데 입, 목, 가슴에 질질 흘리고 땅바닥에 흘리고 통째로 땅에 떨궈놓고는 먹는다고 내놓으라고 울고불고. 내가 왜 사줬을까. 바로 후회하며 힘으로 안아 겨우겨우 도착함.
ㅡ 마치 발바닥과 허리에 용수철이 달린 거처럼 튕겨져 나간다. 차도 옆이면 식은땀이 줄줄. 주차장으로 뺑 도망가거나 위험하다고 잡으러 가면 장난치는 건 줄 알고 더욱 신나하며 더 멀리 도망간다.
어제 엄마, 아빠도 저녁산책을 나가보고는 혀를 내두르심. 점점 재빠르고 말도 안듣고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ㅡ 복직을 앞두고 가장 걱정했던게 코코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인데 복직은 안할 수 없고 어린이집 퇴교시간은 4시정도. 그 이후엔 그냥 불꺼진 어린이집에서 혼자 놀면서 부모를 기다리는 건데 그러자니 너무 불쌍하고 내가 낳아놓고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부모님께 4시부터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부탁했는데 부모님도 아닌 다른 사람이 이걸 가지고 나에게 한소리하니 마음이 내내 불쾌하고 거슬렸음. 참견도 이런참견이 없지만 내내 고민하고 죄송하게 생각됐던 마음이 정곡을 찔리니 더욱 화가 났고 본인이 뭘잘못했냐고 내가 죄책감 느끼는 거까지 본인이 잘못한거냐고 말하니.
ㅡ 길게 쓸 필요없이 너무나 화가 났다.
내가 힘들게 할 부모님이 한소리하신 것도 아니고, 육아의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훅 들어와 할 소리도 아니고,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질하는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이를 내가 키우고 싶다. 다른 사람손타지않고 내가 온전히 키우고싶다.
나는 이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는 워킹맘을 해야하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해야하고 엄마와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내야 하고. 지금 우리집은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가장 고민하던 일을 딱 집어 지적하는 제3자의 목소리가 야속하기만 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건가.
아이는 잘 키우고 싶고. 나는 일해야하고. 어린이집이 최선인데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내생각만 하는건가. 손주를 너무 예뻐하시기에 순순히 봐주신다고 먼저 말씀해주셔서 감사할뿐이고.
답이 없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고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일들이 방향을 잃은 듯하다.
후에 아이가 커서 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오늘의 글을 쓰기 이전에도 많이 생각했지만 맞벌이부모 밑에 자라서 나중에 이걸서운하게 생각할지도 고맙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공개글들을 모두 선물로 공개해줄 생각이니까.좀더 커서 본인이 어릴적 부모가 했던 고민들, 성장하는 모습들을 읽게 된다면 어떨까ㅡ 하며 매일 글들을 작성하고 있다.
ㅡ
겨울에 나무를 베지 마라.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부정적인 결정을 내리지 마라. 기분이 최악일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기다려라. 인내하라. 폭풍우는 지나갈 것이다. 봄은 올 것이다. (로버트 슐러)
격해진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아이나 한번 더 안아주고 조용히 지내야겠다. 속상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