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얌치치 2015. 12. 28. 09:10

ㅡ 성탄연휴의 오후.
이사한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집안 어딜가나 넓은 창 덕에 햇빛이 온전히 들어온다는 것. 오빠는 소파에, 코코린은 창가 바닥에 누워 일광욕하다가 낮잠을 자고 있음.
귀여운 번데기 같은 너.
ㅡ 사실 성탄 며칠전 밤에 우유를 먹다가 체했는지 밤새 토하고 설사를 해서, 매일 2리터씩 먹던 우유를 며칠째 먹지 못했음. 우유와 단 거 빼고 다 먹이라는데 어째 아프니까 우유, 사탕만 찾는 것인지. 체기로 밥도 거의 안 먹고 비실비실하다가 연휴 끝나고 나니 조금 기력을 되찾은 듯 보인다.

연휴동안 코코린은 아픈 건 아니지만 다소 컨디션이 안좋은 상태여서 낮에는 가만히 누워있다가 잠들어 버리고는 밤에 일어나서 새벽에 노는 일이 잦았다.(진짜 힘들었음.ㅠ) 다행히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엔 밤에 잠들었지만 며칠간 비실거리는게 안타까워 낮잠을 자주 재웠더니 새벽4시가 되서야 잠이 들고, 억지로 재우려면 새벽에 보글보글하고싶어요(목욕). 밥 주떼요. 옥수수 주떼요. 나가-유모차 나가-.뻐쯔 타고싶어요. 놀고 이따~이따~~.라는 등의 떼를 쓰면서 어떻게든 안자려고 해서 덩달아 나까지 수면부족이 되었다.

ㅡ 그래도, 자면서 쉬야를 안하게 되서 이제 밤기저귀도 떼었다. 기저귀가 한상자가 남았지만 아마도 어린이집 다니면서 몇개 필요할지도 모르고. 밤에 자기전에 먹던 우유를 아예 끊었더니 쉬야도 안하고 좋긴 좋다. 혹시 자다가 깬다면 쉬야를 시켜주면 되고 이젠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쉬야가 마려우면 나를 부르니까 하나 성공했다.
이제 대변만 변기에서 보면 된다!

ㅡ요즘 말이 부쩍 늘었음.
코코린이 옥수수를 좋아해서 삶은 옥수수를 떼어서 입에 넣어줬는데,*땡츄*라고 말했음. 순간 맹추라고 하는 줄 알고, 잉? 뭐라는거야?, 이랬는데 생각해보니 애가 이런 말을 쓸 리 없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땡츄 라고 반복하는 걸 보면 뭔가 칭찬을 예상하는 분위긴데 한참 추리하다 보니, 생각끝에 두둥, thank you 가 아닌가.
우와, 코코린 갑자기 영어쓰고 그래. 어디서 배운거냐. 요즘, 뽀로로 잉글리쉬쇼를 자주 틀어줬더니 배운 모양이다.(왜냐하면 주변에 애한테 따로 영어가르친 사람은 없으니까, 독학했을리 없고.)
아, 땡큐? ㅋㅋ 그래,고마워. 엄마도 땡큐.

땡~츄. 싱글벙글~(눈빛이 이 타이밍이면 칭찬해줄거같은데. 했음.)

땡큐. 아이고, 이뻐. 우지 애기 영어 어디서 배웠어.ㅋㅋ 아빠한테 보여주자.

하고, 데려가 자고 있는 남편을 부랴부랴 깨워서 라이브로 들려줬더니 빵터지면서, 둘이서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음.
문제는, 이날이후 자꾸 영어더빙 영상을 보여주게 되고 쓸데없이 영어로 말을 걸어서, 오빠가 교육열이 높아졌다고 지적을 했음. 부모마음이 이런건가.ㅋ

ㅡ 또한, 신기하게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음. 밥 먹고 싶어요, 아빠 보꼬시퍼요.
같은 말은 자주 하고, 욕구가 클수록 더욱 정확하고 정교하게 말하기 시작함.
아직까진 조사가 부족하지만 서술어가 정확해지니 거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코코린에게 고마워~~라고 하면, 뭘~~이라고 대답해서, 괜찮아.라고 정정해서 가르치고 있다. 도대체 뭘~~이런건 어디서 듣고 배우는건지 모르겠다.
뭔가 엎지르거나 낙서를 하는 잘못을 하면, 괜찮아, 닦으면 돼, 갈아입으면 돼. 라고 말하면서 안심시켰던 것이, 이젠 본인이 어질러놓고는 날보며 괜찮, 괜찮~~닦아~ 라고 말하고 있다. 참내. , 미안해. 라고 말해야지 하면 자꾸 괜찮단다...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놀고 이따>.
뭐든 놀고이따가 한다는데, 놀이 욕구가 강해서 오줌 싸는 것도 미루다가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함. 밤에 자자고 해도 놀고 이따, 외출하자고 해도 , 목욕하자고 해도 놀고이따. 발음이 중요하다. 놀고있다~가 아니고 놀고, 이따! 이렇게.
두번째로 많이 하는 말은 <시여, 없어,안돼, 저이가!> 같은 부정어들. 4세 아이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본인 물건에 대해 소유욕도 강하고 엘리베이터도 본인이 눌러야하고, 성취욕도 강하고. 참견과 잔소리가 늘었다. 오빠 운전할 때도 카시트에 앉아서 조씸~ 조씸히 운전해.하며 훈수를 두고, 오빠랑 나랑 목소리를 크게 해서 말하기만 하도, 그만~~손을 휘저으며, 그만~~싸우면 안돼. 라고 말리지 않나. 안싸워. 그냥 말하는 거야. 해도 그마안~~ 하며 당돌한 눈으로 다가온다. 앞에서 뽀뽀라도 해야 믿어주고.
보고 있으면 웃음이 입술사이로 삐죽삐죽 나오고 만다. Isn't he lovely? 정말 이쁘다.

한번은 진짜 오빠랑 싸운 적이 있었다. 목소리를 서로 높여가며 싸우는데, 그만~그마아아안~~!!하며 옆에서 귀를 막고, 고사리손을 휘저으면 싸움을 말린다. 근데도 둘다 화가 나서 코코린을 무시하고 계속 싸우니까 훅 나가버리더니 자기 놀이방에 미끄럼틀 밑에 들어가서 누워있는 것이다. 쓸쓸하게 장난감자동차를 손에 쥐고 누워있는 걸 보자니 감정이 말랑말랑해진다. 슬그머니 옆에 가서 누우니까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목놓아 그만하라고 해도 무시한다 이거지. 아기도 감정이 있는데 부모가 싸우는데 말리고.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장난을 치며 간지럼을 태우니 그제서야 헤헤 웃어준다.
이렇게나 많이 컸다. 우리 아기.

ㅡ 양치하는건 싫어해도 손 닦으라는 건 좋아함. 가만히 두면 1시간도 닦을거다.
손닦으라고 했는데 세수까지 하길래 아, 이뻐. 칭찬해줬다니, 찍어~사진. 찍어-하길래 카메라 가져와서 찍었더니 다시 세수를 해가며 포즈를 취해줬음. 김프로.
ㅡ 목욕탕에서 샤워기물 틀어주고 아기용의자에 앉혀주면 바디워시로 본인 몸에 비누칠해서 구석구석 닦는다. 고 작은 손으로 비누를 문질러서 거품을 내고 문지르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며 웃음이 난다. 어제는 꼬꼬마 아기엄마가 코코린을 가리키면 형아는 혼자 잘닦네. 라고 말해주셨다.

ㅡ 새벽에 잠안자면서 기차만들라고 보채서 기찻길 만들어서 가둬놨음. 10초만에 박살냈지만. 맥포머스도 최근에 시작해서 열심히 만들...어 주고 있음. 레고도 맥포머스도 다 부모가 만들어줘야함. 아이고.

ㅡ패브릭 트리장식도 꽤 멋이 있다.
코코린 크리스마스 선물 사주라고 시어머니께서 용돈 주셔서 장난감 사주러 나왔는데 결국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냥왔다. 코코린은 맨날 장난감 자동차만 집는다. 토미카, 메르세데스 주차타워 사주려고 했으나 품절. 대목이니까 부모들이 싹쓸이 했나보다. 뒤에서 꼬마가 터닝메카드를 찾던데 그거 요즘 품귀라더니 역시나 품절. 와우. 자식 키우려면 열심히 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