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가요.

ㅡ 어린이집 1일째.
너무 많이 울고와서 목소리도 쉬고. 흐느끼느라 말도 잘 못함. 하아. 다행히 회사를 쉬고 대기중이어서, 어린이집 데려다 준 지 1시간만에 선생님께 전화와서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었음. 오면서 자꾸 서러운 게 생각나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으아앙~~눈물눈물~~아이고~
엄마 흐윽흐윽 보고싶었어요.  으아앙~~~아흑아흑.  진정되고도 기분이 언짢은지 저리 소파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ㅡ 어린이집 2일째.는 금요일.
출근하면서 (왠지 중간에 전화가 올 거 같아서) 미리 친정엄마께 전화해달라고 부탁해놨더니, 이번에는 1시간 30분만에 집으로 돌아왔단다. 또 울고불고 ,
그래도 선생님 말로는 울면서 이거싫다, 저거한다, 의사를 표현했다고 함.
잠깐 우유사러 편의점 다녀오려고 했더니, 같이 간다고 본인 패딩 꺼내오고 신발신고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비 오는데 데리고 나갈 수 없어서 혼자 다녀왔더니 그 5분동안 엄청 울었다고 한다. 문을 열자 으아앙 울음을 토해내고, ..아마도 어린이집에 보내느라 떼어놓은 것이 이렇게  된 것 같다. 본인을 두고 내가 등을 돌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게 된 거 같다.

ㅡ 어린이집 3일째.
처음으로 마음 졸인 날.  코코린 아빠가 연차 내고 함께  어린이집 버스로 배웅하고  데리러 간  날. 2일째까진 직접 어린이집으로 데려다 주었기에 10시에 출발했지만, 오늘부터는 통학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8시12분 출발.
아직 깨지도 않은 애를 안고 나와서 눈꼽만 떼고, 전날밤 준비해둔 외출복 입혀서 밖으로 나옴.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어리둥절해 하다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선생님품으로 이동하자 울음을 터뜨림. 뜸들이지 않고 바로 버스는 떠났지만 아이가 많이 울거라는 건 안봐도 알 수 있었음.
사실, 이때도 나는 그다지 미안하지 않고 금방 적응하려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나도 당장 출발해야 출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음.

출근하고, 코코린 외할머니가 버스타고 갔냐고 물어보시더니 어린이집에 잘 도착했는지 보러가야겠다고 하셨음.
가보니 코코린이랑 다른 아이 이렇게 둘이서 교실에 덩그러니 있고 코코린은 문을 힐끔힐끔 보면서 엉엉 울고, 서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을 회사에서 듣고 있는데 속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걱정은 됐었지만, 아이가 적응하려면 이래야한다, 어차피 한달 지나면 어린이집, 친구들 좋다고 엄마랑 안놀거다, 언제까지 싸고돌건가. 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걱정을 안하려고 노력했는데.
엉엉 울면서 엄마가 언제 나를 데리러오나 문을 힐끔 거렸을  아이를 생각하니 그동안 숨겨둔 걱정들이 쏟아진 것이다.
그때부터 회사일이 전혀 집중이 안되고, 어찌나 보고싶던지 마음이 뒤숭숭하고  집에 빨리 가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침에 버스타고 갈  때도, 첫째둘째날 데려와서 위로 한답시고 했던 말 중에, 엄마회사 갔다가 이따가 코코린 데리러 올게. 라고 했었는데
이 말을 할 때 아이 얼굴이 구겨지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거같은 표정으로, 엄마 이따 데리러 올게 하고 내 말을 따라했던게 생각나서,
집에 가서 얼른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또, 왜 교실에 둘뿐인건가. 곧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겠지만 코코린처럼 일하는 엄마를 둔 애가 그렇게 없다는 건지.  전에 회사언니가 퇴근하고 아무리 빨리가도, 불꺼진 어린이집에 자기 아이만 덩그러니 남아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게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코코린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크는 것도 원치않는다. 부모님도 너무 힘드시고 내가 낳아서 직접 책임지고 싶은데, 회사도 다니고 싶은건 나의 욕심인가 싶다. 올해는 오전 근무만 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회사언니의 말처럼 불꺼진 어린이집에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코코린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일하는 걸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아이를 대하라, 일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가서 지내야지 뭐. 라고(남의 아이에게)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내 아이에게 같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가보다.

아, 근데 코코린.3일째인 오늘은 8시12분 등교해서 점심까지 먹고, 1시에 낮잠자기 전에 집으로 왔다. 1시~3시 낮잠타임이라, 코코린은 낮잠안재우고 내가 퇴근하면서 1시에 픽업하기로 해서
사실상 풀타임으로 있다가 온 것이다.
오전에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퇴근길에 '풀타임으로 있어준게 '  고마운 마음, 대견한 마음으로 잔뜩 부풀었다.
선생님말씀으론 오늘도 하루종일 울었지만, 밥도 먹고, 친구들과 같이하는 교구시간에도 옆에는 있었다고 한다(같이 하려고 하진 않았다고 함.) 밥을 먹은 흔적이 있는 식판을 보면서 어찌나 대견하던지.
자식이  다른데가서 밥먹고 온 게 대견하다니, 엄마아빠도 나를 이렇게 키우신거다.
3일 전, 나를 보고, 니가 학부모가 되는거냐고, 새삼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다. 
내일도 나는 아침에 우는 아이에게 등을 돌려 출근을 해야하고, 업무시간내내 코코린을 걱정할거고, 아이를 데려오기위해 퇴근길  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언제쯤이면 마음놓고 출근할 수 있을까.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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